전남 여수와 울산 등 국내 대표적인 중화학 산업단지에서 올 들어 잇따라 대형 사고가 터졌다. 모두 조성된 지 40년 이상 돼 입주 업체들의 시설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곳들이다.
관리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기관별로 권한이 나뉘어 있어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설물 안전 업무를 경쟁 입찰을 통해 외주에 맡기는 관행 역시 사고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5일 울산 남구 부곡동 이수화학 울산공장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불화수소(HF) 혼합물이 가스 형태로 100ℓ 가량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수 측과 소방 당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제 작업을 진행하면서 누출 원인을 파악 중이다.
이수화학 울산공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있다. 산업단지는 총 면적이 4565만3000㎡에 이르며 대단위 석유정제,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업종 위주로 125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공단 조성이 이뤄진 것은 1962년으로 50년이 넘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이 곳과 가까운 울주군 온산읍 일원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고려아연의 스팀배관 설치 작업이 이뤄지던 중 화학물질 이송 배관이 파손돼 자이렌 혼합물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산공단은 1974년 4월부터 조성된 중화학단지로, 올해로 40년이 흘렀다. 전체 1976만5000㎡ 면적에 51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온산공단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는 올해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 GS칼텍스 공장 화재, 한화 화약공장 화재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여수공단은 1967년 여천공단이라는 이름으로 기공했으며, 현재 3162만8000㎡에 51여개 업체가 들어서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 공단은 중화학 단지인 만큼 에너지 비축, 저장, 공급을 위한 시설물과 각종 화학물질이 통과하는 배관이 설치돼 있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조성된지 한참이 지나 입주업체들의 노후화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관리 감독이 쉽지만은 않다.
산단공 관계자는 "산단공이 관리하는 부분은 도로 전력 수도 가스 등 공공 섹터에 있는 기반 시설"이라며 "기업들의 사유지에 들어선 시설까지 관리의 범위가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종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환경부, 가스안전공단,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관리 감독 권한이 나뉘어져 있어 유기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 울산과 여수공단 등은 올해 초에 들어서야 관계기관과 지자체가 참여한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가 설치됐지만 사고 방지를 위한 인력과 장비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각종 시설물 유지 관리를 외주하는 관행도 사고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위험 관리를 업체가 직접 했는데, 최근은 대부분 입찰을 한다"며 "외주를 주다 보면 단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영세 기업이 위험물 관리를 하다 보니까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