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자들이 재회 이틀째인 21일 이별을 예감하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남측 표보패(85)씨는 이날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을 통해 북측의 두 남동생 농문(76)씨와 달문(74)씨로부터 북측 가족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메모를 받아든 뒤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남측 박태복(85)씨는 동생 춘순씨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태복씨는 "우리는 이렇게 살아서 만났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와 다른 동생들은 하늘에서라도 만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춘순씨는 "오빠, 낙심하지 말아요. 엄마 묘소에 가서 오빠 소식 다 전할게"라고 말했다. 또 "통일되는 날까지 꼭 살아야 해요. 통일은 옵니다"라고 강조했다.
납북어부 박양수(58)씨와 남측에서 온 동생 박양곤(52)씨 가족이 모인 자리는 상봉 종료시간인 오후 6시가 다가오자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양곤씨는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아이고 형님"이라며 오열했다. 양곤씨가 양수씨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자 양수씨와 형수 리순녀(53)씨가 위로했다. 의료진이 다가와 "흥분하지 마시고 심호흡하시라"며 양곤씨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남측 장춘(81)씨도 북에서 온 남동생 장화춘(71)씨, 여동생 장금순(74)씨와 손을 잡고 '고향의 봄'을 목 놓아 불렀다. 화춘씨는 눈물을 흘리며 장춘씨의 아들에게 "형님을 잘 모셔라"라고 당부했다.
남측 김명복(65)씨도 누나 김명숙(65)씨를 만난 뒤 "앞으로 자꾸 만나서 이제 다시 떨어져도 서로 어색하지 않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측 김명도(90)씨도 북측가족을 향해 "정이 더 깊어가는데 헤어지려니까 기가 막힌다"며 "내일이면 또 못 본다고 하니까 기가 막힌다. 정들자 이별이라고 오늘 잠은 다 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우리가 나이가 많아서 이제 만나기도 어려울 테지만 우리 뒤에 수만명이 기다리고 있다"며 "그 사람들한테 양보해야지. 통일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측 최돈명(78)씨는 상봉시간을 10분 남긴 5시50분께 "화장실도 가야 하는데 미리 일어나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동생 최돈걸(75)씨의 딸인 최옥실(36)씨가 "좀 있다가시라요. 끝나는 시간까지"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단체상봉 방식은 북측 상봉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에서 남측 상봉자들이 행사장을 떠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돈걸씨는 누나 돈명씨가 행사장 밖으로 나간 후에도 한참동안 입구 쪽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