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빅 와일드, 공상정…
제22회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국적을 바꿔 출전하는 귀화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이고 있다.
안현수(29ㆍ빅토르 안)가 첫 신호탄을 쐈다. 안현수는 지난 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와 1,000m에서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땄다. 안현수는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러시아로 귀화한 스노보드의 빅 와일드(28)도 안현수와 닮은 꼴 인생을 살고 있다. 20일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와일드는 미국 워싱턴 출신이지만 2011년 러시아 국적을 취득,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에 올림픽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특히 경기 후 그의 절절한 인터뷰는 미국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와일드는 “미국에 계속 머물렀다면 난 이미 은퇴해 평범한 직장인이 됐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그런 나에게 기회를 줬다”고 했다. 귀화 배경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내가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지만 러시아는 모든 걸 챙겨줬다”고 털어놨다.
사랑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남편의 국적인 러시아를 택한 타티아나 볼로소자르(28)도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팀에서 금메달 2개를 따 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20일 현재 러시아가 수확한 6개의 금 가운데 4개의 금을 귀화 선수들이 일궈냈다.
유리 포들라치코프(26)도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스노보드의 황제’ 숀 화이트를 꺾고 왕좌에 올랐다. 러시아 출신인 포들라치코프는 2006년 토리노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했지만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는 4살 때부터 자란 스위스 대표로 출전 중이다. 우리나라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공상정(18ㆍ유봉여고) 역시 대만에서 귀화한 선수다. 3,000m계주 준결승에서 활약, 팀을 결승으로 밀어 올려 동료들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치 올림픽 최고의 미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피겨스케이팅의 이사도라 윌리엄스(18) 역시 미국 토박이지만 이번에는 브라질 대표로 출전했고 아이스댄스의 이사벨라 토비아스도 미국에서 리투아니아로 옮겨 출전했다. 여자스키의 알레시아 디폴(19ㆍ이탈리아 출신)와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마틸드 아미비 프티장(20ㆍ프랑스 출신)은 열대 국가인 토고 대표로 출전,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