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출전팀 가운데 18위. 간신히 꼴찌를 면한 ‘초라한’ 성적이지만 의미만은 메달 못지않다.
한국 봅슬레이 여자 대표팀의 첫 올림픽 도전이 막을 내렸다. 김선옥(34·서울연맹)이 파일럿을 맡고 신미화(20·삼육대)가 브레이크맨으로 나선 대표팀은 20일 러시아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2인승 경기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4분00초81의 기록으로 18위를 차지했다.
전날 1~2차 레이스에서 합계 2분00초11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대표팀은 이날 3차 레이스에서 1분00초44, 4차 레이스에서 1분00초26을 기록해 합계에서 브라질(4분01초95)을 제치고 한 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대표팀 맏언니 김선옥은 육상 선수로 은퇴한 지 3년 만인 2011년에 봅슬레이 선수로 돌아왔다. 국내 전용 트랙이 없어 1년 내내 해외에서 훈련을 했다. 6살 난 아들 (김)민범이가 늘 마음에 걸렸다. 김선옥은 “아들이 조그마한 입으로 ‘엄마 썰매 타다가 뒤집어지면 안돼. 아프지 마’라고 할 땐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고 말했다. 이제 웃는 낯으로 한국에 돌아가 아들을 껴안아줄 수 있다.
신미화는 또래 친구들이 다이어트를 고민할 때 살이 찌지 않아 걱정이었다. 출국 전 그는 “체중을 늘리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신미화는 지난 시즌 도중 부상을 당했지만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다시 일어섰다.
34살 김선옥과 20살 신미화. 14살 나이 차이는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김선옥은 “어린 (신)미화가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훈련이나 대회 때 더 집중해서 조종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신미화는 “언니에게 아무런 세대차이를 못느꼈다. 처음 만날 때부터 호흡이 척척 맞았다”고 했다.
여자 봅슬레이는 2009년 잠시 대표팀을 운영했지만 곧 사라졌다. 2011년에야 김선옥을 중심으로 새로 대표팀이 만들어졌다. 부상을 당해도 대신할 선수가 없는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이들은 고락을 함께하며 올림픽까지 달려왔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에 힘입어 한국 봅슬레이는 작지만 소중한 이정표 하나를 새로 세웠다.